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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90화 스승의 우울


나는 붙잡힌 손을 떼어내야 할지 아니면 좀 더 쥐고 있어도 될지를 고민했지만, 결국은 우르 쪽이 먼저 깨끗하게 손을 뿌리쳤다.

여성에게 손을 쥐여진 것 자체가 내 인생에선 얼마 없는 경험이었다. 최근에는 착란한 스테아의 손을 잡고 걸어다닌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때는 굳이 말하자면 내가 쥐고 있었던 것이다. 쥐는 것과 쥐여지는 것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기에, 그것만으로도 꽤 기분이 좋았다. 과연. 손을 쥐여지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또 한 사람 손을 잡은 적 있는 여성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고, 기품 높았다. 그 사람과 손을 잡은 것도 지하 4층에서였다.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한 것도.

「그래서 어떻게 할 거니?」

우르가 손을 한번 더 잡을지 어쩔지에 대해 묻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방적으로 손을 뻗은 뒤에야 착각이란 걸 눈치챘다. 그녀를 스승으로서 섬길지 말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부, 부탁드립니다」

마법사로서 그 제안을 거절할 자는 없겠지. 나는 뻗은 손을 얼버무리기 위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다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싫어하는 사람이 떠오르고 말아서......대신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최근 내가 선생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람은『황야의 집 교회』의 로옴 선생뿐이었어서, 선생이라는 단어는 지긋지긋했다. 우르는 내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고, 나와 우르 스승님은 임시로 사제관계가 되었다.

「어이어이, 너무 정 붙이면 나중에 힘들다구?」

나프로이가 옆에서 참견해왔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곧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대로, 아마 두번 다시 재회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니까 더더욱이야. 우리 같은 모험자는 더 이상 미궁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아이가 있으면 하고 요즘 생각하고 있었어」

우르 스승님은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슬픈 듯한 표정을 띄웠다. 아직 제정신은 유지하고 있지만 미궁 순응이 진행된 탓에, 육체는 이미 마력이 없으면 고통마저 느끼도록 변해버렸겠지. 그런 의미에서는 우르 스승님이나 나프로이가 강력한 마물이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모험자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돼. 미궁 안쪽을 향해 질질 나아가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것만이 일과가 되고, 삶의 보람이 되어버려. 자, 그럼 여기서 스승이 제자에게 첫번째 가르침을 드리겠습니다. 이샤르를 쓰러뜨린 후에는 미궁을 졸업하세요」

우르 스승님은 웃으면서 얼버무렸지만, 어조나 표정에는 어딘지 모르게 후회스런 마음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 선을 넘어서서, 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시점에선 이미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평온한 일상과 행복은, 닿을 수조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우르 스승님께선 모험자를 그만두실 수는 없습니까?」

당연히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상은 고통스러운걸. 혼이 조금씩 찢겨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곳조차 아직 조금 찌릿할 정도니까. 나프로이도 그렇지?」

그녀의 말에 나프로이는 시큰둥하게 수긍했다.

「그래도 버티면서 지상에 계속 있을 수는 없는 건가요?」

내 질문에 우르 스승님은 미소지었다.

「무리네. 고통 때문에 제대로 잘 수 없는 걸. 게다가 이제와서 나만큼 나이 먹고, 도시에서 산다고 해도 결혼도 못할 테니까」

「그런......우르 스승님은 아름다우세요」

아첨이 아니라, 우르 스승님은 미인이었다. 얼굴도 젊어보이고 모험 덕분인지 육체적으로도 야무져보였다. 게다가 강자로서의 풍격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이건 다른 사람들은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고마워, 기쁘네. 그렇게까지 칭찬해주다니, 당신이 색시로 삼아주면 좋을 것같네」

우르 스승님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 자리에 루가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있었으며 기분나빠했을 테니까.



브란트의 생각도 어느 정도 정리된 듯했기에, 우리는 마침내 전진을 재개했다. 얼마쯤 가다가, 나는 주위 풍경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억지로 설치되어 있는 문이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여기 들어가 보고 싶은데요」

나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급기야 말을 입밖에 내고 말았다. 일동의 시선이 나에게 향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꼭 들어가 보고 싶었다. 사교도 집단으로서의 『은혜의 열매 교회』종언의 땅. 지하 4층의 거대한 홀. 더 이상 무언가가 있을 리도 없는 평범한 공간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거대한 흑색 뱀이 있었다. 이쪽을 포착하고 있었다. 심홍색 문양은 암흑 속에 부유하는 불꽃처럼 보였다. 숫자는 7마리. 이 놈들도 평소에는 하층에 서식하는 마물이었다. 노려보는 것처럼 이쪽을 바라보다가, 결국 우리가 대열을 짜고 홀 안으로 진입한 순간, 약속한 듯이 싸움이 시작되었다.

전투는 뱀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불규칙적인 궤도를 그리며 접근해온 뱀의 초격(初撃)을, 브란트는 뛰어서 피했다. 그대로 다른 뱀의 머리에 착지하여, 그 대가리에 세검을 네번 찔러 넣었다. 크게 경련하는 뱀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다음 뱀을 견제해간다. 그 일련의 동작에 눈을 빼앗긴 뱀의 목이 털썩, 하고 지면에 떨어졌다. 

노라의 칼이 일섬(一閃)했다.

「에에잇, 나한테만 들러붙지 말라구!」

그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남은 5마리가 일제히 나프로이에게 덤벼들었다. 한 마리는 요격해내고, 두 마리와 세 마리 째의 돌진은 재치있게 처리해냈지만, 네 마리와 다섯 마리째는 피할 수 없었고, 나프로이의 왼팔과 오른발에는 통나무보다도 거대한 뱀이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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