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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94화 식인 호랑이(적색)


체모는 적색과 흑색의 줄무늬로 되어 있고, 고양이라고 하기엔 흉악한 용모를 한 동물이 신축하는 꼬리로 이쪽을 견제하면서, 사람 머리 한통 쯤은 삼킬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입으로 확실히 물어죽일 수 있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 같았다.

「코레아스네. 저 긴 꼬리로 사냥감의 움직임을 봉쇄한 다음 달려드는 게 상투수단이지」

우르 스승님이 가르쳐주었다. 그 높이는 소년 정도는 되었고, 턱이나 어깨와도 잘 구별이 가지 않는 굵은 목을 보면 치악력 역시 무시무시할 것 같았다. 게다가 코레아스는 7마리나 무리짓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은 그보다도 훨씬 더 뒤쪽에 못박혀 있었다. 코레아스의 뒤쪽에는 거체에 올려진 사자 얼굴, 인사자(人獅子) 8마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숫자가 많네」

우르 스승님은 그렇게 말하고는『쇄혼(砕魂)』을 영창했다. 이미 난전이 시작되어 있었지만, 그 마법으로 코레아스도 인사자도 한 마리도 남김없이 부서져 쓰러졌다.

「기억해 두세요. 코레아스에게도 인사자에게도『쇄혼(砕魂)』은 유효해요. 단, 마법은 사용횟수가 제한되어 있으니까 신중하게 사용할 것을 염두하세요」

얼마 전에 대치한 적이 있었던, 그리고 그 때 이 세상이 끝장났다는 감상마저 품게 한 마물을, 그것도 대량으로 몰살시키며 우르 스승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모습은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게 우아한 분위기마저 빚어내고 있었지만, 그녀는 틀림없이 거대한 전투력 그 자체였다. 운용방법에 따라서는 모험자 출신 병사 100명보다도 훨씬 더 큰 전과를 거둘 수 있겠지.

전투가 종료된 후, 브란트가 재빠르게 사체를 조사하는 동안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우르 스승님은 그 홀에서 벌인 언쟁 따위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나를 대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로 화가 나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말투는 확실히 무례했고, 그것 때문에 그녀로부터의 가르침이 중단될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계속 가르쳐 주려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당신은 언제 저희 교회에 입교하실 겁니까?」

처음에는 코사메의 말이 나를 향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방향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네? ......안 들어갑니다만」

나는 쭈뼛쭈뼛 대답했다. 대체, 어디서 그런 하찮은 농담이 나올 수가 있는 거지? 코사메는 뺨에 손을 대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왼쪽 눈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알기 힘들었지만, 어쩌면 쇼크를 받은 걸지도 몰랐다.

「제가 입교할 거라고 누가 말했습니까?」

「로옴 스승님께선 당신이 참회를 하고, 회개도 했으니 앞으로는 조금은 더 나아지겠지 라고 하셨습니다만」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참회라는 건 그녀가 내게 가한 폭행을 말하는 건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예 말이 안되는 상태고 올바른 가르침을 얻어 신앙을 가지는 걸로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고? 나는 뇌리에 떠오르는 로옴 선생을 힘껏 후려갈겨주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험 도중이고 여기는 미궁이다. 냉정하게, 라며 자신에게 되뇌이면서 심호흡을 한 번.

「유감스럽지만, 제겐『황야의 집 교회』에 입교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주의 가르침은 훌륭한 것이고, 마음도 평온해질 수 있어요」

코사메는 그것을 털끌만큼도 의심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랬기에 초대면인 나에게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은 채 폭행을 가할 수 있었고, 그런 나와 태연하게 같이 미궁에 들어와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명령권자의 발언을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의심할 줄을 모르는 이 암살자는 교단의 간부 입장에서 보면 편리한 장기말이겠지.

「마음이 평온해지는 건 좋습니다만, 여긴 미궁이에요. 코사메 씨는 무섭지 않습니까?」

나는 쓰러져 있는 인사자의 사체를 본 것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고막에는 전에 조우했을 때 들었던 포효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꾸깃꾸깃하게 부서져 있었던 토웨의 머리를 떠올리니 고동이 빨라졌다.

「네에.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 질문에, 코사메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왼쪽 눈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언데드다. 물론 문자 그대로 시체라던가 흡혈귀의 권속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번 이상행동을 일으킨 마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영혼을 빼앗긴 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명령을 계속해서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생기는 고통이나 불안, 공포는 봉해져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등줄기에는 닭살이 돋았다. 『황야의 집 교회』는 인간을 얼마나 더 바보 취급해야 만족할까? 살인을 꺼리지도 않고, 돈을 받으면 비열하게 웃는다. 게다가 인간의 존엄마저 빼앗는다. 나는 로옴 선생과 코사메에게 복수를 결심했었지만『황야의 집 교회』그 자체도 똑같이 취급해야 하는 것이었다.

코사메는 스테아와도 달랐다. 스테아도 신앙심은 독실했지만, 망설임은 있었다. 그 약함이야말로 내가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인간다움이었고, 코사메에게는 그게 결여되어 있었다. 아마 인격을 교정당해 버린 거겠지. 그러니, 스쳐지나가는 질문에도 즉석에서 대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도 있는 것이다.

미궁에서 괴물에게 먹힌다고 해도,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최후의 순간조차도 의문 따위 품지 않겠지. 그렇지만, 세뇌당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망설인다. 내가 로옴 선생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 부분을 마구 흔들어 주마. 이건 내가 코사메에게 행하는 개인적인 복수다. 그녀에게 인간다움을 되찾게 한다. 그것이 로옴 선생을 향한 복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망설임과 공포가 소용돌이치는 이 세상에 되돌려진 코사메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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