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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96화 괴물소녀
동요가 내 사고를 휘감았다. 가짜다. 직감으로 알았지만, 감정이 그것을 부정한다.
진짜였어, 줬으면.
하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을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확신할 수 있었다. 지리멸렬한 사고가 뇌내에서 부풀어 올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나를 내팽겨친 채, 사태는 진전되어 나간다.
「아, 넌 마물이구나. 그것도 강력한 녀석이다」
나프로이는 짐승같은 웃음을 띄우면서 문답무용으로 철퇴를 휘둘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적들은 그 한방으로 처리되어 왔지만, 이번만큼은 한 호흡에 7번씩이나 철퇴를 세차게 내리쳤다. 굉음이 울렸지만, 그녀는 재빨리 피해내고 있었다.
「거봐, 이걸로 틀림없다. 너같은 여자가 내 공격을 피해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러니까, 너는 마물이다」
즐거운 듯이 말하는 나프로이의 그림자 속에서 브란트가 뛰쳐나가며, 섬광과도 같은 찌르기를 쏘아냈다.
「이런 이런...」
여자는 익살맞은 언동을 흘리며 나풀나풀 공격을 피해나갔다.
「틀림없군. 그것도, 아마 이 녀석이 그 흡혈귀다」
두 사람의 모험자로서의 감이, 그 여자가 이변의 원흉이라고 단정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미궁이다. 의심스러운 놈은 먼저 죽이고, 생각은 나중에 하는 것이 올바를 지도 몰랐다.
두 사람을 뒤따르는 것처럼,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각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사메가 한번에 4개의 돌을 던졌지만, 이것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노라의 일격을 위한 포석으로서 기능했으며, 여자가 자세를 무너뜨린 순간 노라의 일격이 내리쳐졌다.
정수리를 양단당하기 직전, 여자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방향을 전환해 칼날을 피해냈다. 그녀에게도 오산이었던 것은, 노라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었다. 일격필살의 기세를 이용해, 노라는 그대로 크게 앞으로 디디며 칼을 횡으로 후려쳤다. 여자는 오른팔을 내밀어, 그것을 방패삼아 아슬아슬하게 치명상을 면했다.
『뇌광시(雷光矢)!』
우르 스승님은 내가 모르는 마법을 외쳤다. 그 손끝에서 자주색 빛의 구슬이 튀어나가 여자의 왼쪽 어깨를 날려버렸다. 한박자 늦게, 잘려버린 좌우의 손이 지면에 떨어졌다.
「아프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여자는 어이없을 정도로 거리낌없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팔을 잃어버렸음에도 그 정도의 감상밖에는 없는 듯했다. 어느샌가 여자는 상당히 뒤쪽으로 후퇴해 있었다. 그것을 추격하기 위해 3명의 전위가 앞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여자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동시에 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당신, 아까 날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내 뺨을 쓰다듬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나프로이나 브란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는 비정상적인 몸놀림도, 잃어버렸을 터인 팔을 눈깜짝할 새 재생시킨 것도, 순간적인 이동도.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테리오프레프......」
「뭐야 그 이상한 이름. 나에겐 위대한 아버지, 바이론이 지어준 '1호'라는 이름이 있어」
코사메가 사각에서 힘껏 휘두른 단도의 일격을, 1호를 자칭하는 괴인은 손쉽게 피했다.
『뇌광시(雷光矢)!』
우르 스승님의 마법은 완전히 피할 수 없었던 건지,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채 1호는 아연해져 있었다.
「이 상태론 대화가 안되겠네」
미소지으며 말하고는, 1호는 내 옷깃을 붙잡았다.
「잠깐 같이 와줘」
순간, 시야가 뒤틀렸다. 그 다음은 사고가 뒤틀렸고, 의식도 뒤틀렸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아, 정신이 들었네. 와아, 죽었는 줄 알았어. 뭐, 이동할 때 다른 생물을 끌고 간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손발도 잘리지 않았으니 다행이네」
1호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상체를 일으켰지만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그녀의 외관이 매력적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까 그 이동으로 인한 후유증이겠지.
「여기는 어딥니까?」
나는 앉은 상태로, 가능한한 정중하게 물었다. 그렇게나 믿음직스러웠던 동료들이 지금 내 눈앞엔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홀로 사로잡혀버리고 말았던 것 같았다.
「여기는 내 은신처. 지하 15층이야」
1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과연, 아까부터 어질어질했던 것은 너무 농밀한 마력에 취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돌아갈 수 없는 깊이까지 와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반대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가 있는 이곳은 미궁 내의 작은 방인듯 했다. 벽이나 바닥을 보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었고, 실내에는 테이블과 의자 같은 간소한 조달품이 마련되어 있었다.
1호는, 그런 의자 하나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르 스승님이 뚫어버린 가슴 구멍은 역시 소멸해 있었다.
「당신 이름은?」
질문 받았기에 내가 이름을 대자 그녀는 웃었다.
「이상한 이름이네」
사돈 남 말하시네, 같은 생각은 했지만 당연히 입밖에는 내지 않았다.
「아아, 걱정 안해도 돼. 이야기가 끝나면 원래 있던 장소에 되돌려 줄 테니까. 그 후엔 너네 동료들과 함께 노예로 삼아 줄게」
「아, 전 이미 노예인데요?」
나는 어째선지 우스꽝스러운 말을 지껄였다. 지금 당장 죽이지는 않을 거란 말을 들은 직후니까 괜찮을지도? 정도의 심정으로 그녀를 놀려보았지만, 예상대로 그녀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뭐야 그건. 내가 노예로 삼아주겠다고 하는데도 이미 다른 주인을 섬기고 있다는 말이야?」
그녀는 불만스러운 듯이 발을 바둥바둥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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