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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98화 기술의 1호
그녀가 휘둘러대는 허울 좋은 말과 그녀의 몸에 감추어진 강대한 폭력에 대해, 나는 아무 반론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침묵해버릴 때는 대부분, 불만스런 표정을 상대에게 책잡히게 된다.
「이것 봐, 그렇게 토라지고. 한심하기 짝이 없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면 되잖아?」
1호는 용서없이 나를 추궁해왔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프라이드가 상처입지 않도록 접해주면 상대는 이런 식으로 우쭐해지고 만다. 그렇다고해서 저 말대로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간 두들겨 맞거나 지독한 꼴을 당하게 된다. 나는 희미하게 깊이 숨을 들이마시곤 마음을 진정시켰다. 폭력이나 입장면에서 불리한 측은 이럴 때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아니요, 딱히 아무 것도 없어요. 당신이 말하는 대로 입니다」
사실이 그렇다. 무한한 힘이 있었다면 그녀를 구해내고 싶었고, 원수를 갚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1호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갖추어져 있으니 그게 당연하다고,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나에겐 그럴 힘이 없으리란 걸 상상조차 못한 채 말이다. 강자와 약자는 서로에 대한 몰이해 탓에 이처럼 때때로 부딪히고 만다.
「테리오프레프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복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는 저도 찬성합니다」
1호는 아직도 노기를 머금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녀를 몰아세웠던 인간을 꼽자면......그건 저에요」
1호의 눈에 희미하게 곤혹의 빛이 서렸다. 내가 사교도 토벌대의 일원이었다는 점은 이미 말했지만, 깜빡 잊고 있었던 거겠지.
「그치만, 넌 테리오프레프를 사랑했잖아?」
나는 긍정했다. 1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저는 사실 전혀 죽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그녀의 얼굴을 한 당신이 그녀를 위해 저를 죽인다, 라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찰싹 하고 뺨을 얻어 맞았다. 그녀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었고, 맞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프다. 그래도 머리가 날아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것이겠지.
「너 말야, 그런 짓을 한다고 테리오프레프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1호는 그대로, 뚝뚝 하고 눈물을 흘리며, 결국 본격적으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그녀는 오열보다는 흐느낌에 가깝게 울었고, 그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계속 생각해봤지만 역시 그녀는 이상했다. 악의의 미궁 속, 그것도 이상현상이 지배하는 심층이라면 이상할 것도 뭣도 없었지만 역시 그녀는 이상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유사 생명체인데도 감정이 있다. 그것도 묘하게 인간처럼. 애초에 흡혈귀를 제외한 언데드에겐 인격 따윈 없고 그저 담당하게 행동원리를 따라 움직이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바이론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만든 것일까?
「저기, 1호 씨」
1호의 눈물이 점점 멈추기 시작하자, 나는 가능한한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은 후 시선만을 이쪽으로 향해왔다. 그 몸짓은 어린 여자아이 같아서, 이 장소에선 어울리지도 않게, 사랑스럽다고 느끼고 말았다.
「약속할게요. 저는 테리오프레프를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잊지 않는 것을 최고의 공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하자 1호는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양팔을 벌렸다.
「응」
짧게 말하며 턱을 치켜올린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우두커니 서 있자니, 1호는 화내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안아주겠다고 말하고 있잖아. 빨리 와!」
기세에 눌려 나는 쭈뼛거리면서 1호의 몸을 껴안았다. 그러자, 1호도 꽉 하고 나를 껴안았다. 아무리 봐도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은 감촉이었다. 손에 와닿는 피부는 부드러웠고, 그리고 단단했다. 뼈와 살을 내포한 인간의 육체 그 자체였다. 예전에 테리오프레프를 껴안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달콤한 향기 뿐이었다. 1호는 나를 꼭 끌어안은 후, 그대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나와 테리오프레프에게 맹세해. 열심히 살겠다고」
나도 끌어안으면서 대답했다. 맹세한다고. 그대로 몇분이나 껴안고 있었을까? 이윽고 1호가 손을 놓았기에, 아쉬웠지만 나도 그녀를 놓았다.
✴
1호는 의자에 앉았고 나도 대면하듯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그 몸은 진짜 인간이랑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진짜 마력으로 형성된 거야?」
어째선지 존대말을 쓰지 않고 물어보았다. 테리오프레프를 대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와도 평범하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말이야. 마력을 이용해 수육하는 비술이야. 나의 아버지인 바이론은 이런저런 비술을 알고 있어서, 나도 그걸 이어받은 거야」
1호는 약간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기, 순식간에 이동하는 능력도 비술이야?」
마력을 이용해 공간을 비약한다, 같은 마법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그림자 넘기(影渡り)』야」
그녀는 즐거운 듯이 이야기해 주었다. 나도 그녀와 대화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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