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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99화 백(白)


「그 기술, 나도 쓸 수 있을까?」

「네가?」

내 질문에 1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평가하듯 바라봤다.

「일단 무리네. 왜냐면, 약하니깐」

1호는 거침없이 단언했다.

분명 그녀에 비하면 나는 압도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모험자 생활을 막 시작했었던 때와 비교하면 약간은 힘이 생겼다고 은밀하게 만족하고 있었던 만큼 쇼크도 컸다.

「아, 신경쓰고 있구나. 그치만 어쩔 수 없어. 정말로 넌 약하니까. 기술이라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힘을 쓰는 방법인데, 그 전제로서 어느 정도의 실력이 뒷바침되어 있지 않으면 애초에 기술 구사 자체가 안된다는 말이야」

내 낙담을 눈치챈 것인지 1호는 위로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낙담하면서도 그녀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지하 15층에서 강대한 마물과 대치한 신출내기 모험자가 품을 만한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약간 우스워졌다.

「그럼 반대로 말야,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면 쓸 수 있어?」

마물 밖에 쓸 수 없다면 연습을 해도 불가능한 거겠지만 만약 먼 미래에라도 쓸 수 있다면 검토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겠지.

「으응. 예를 들면 너랑 같이 있었던 중년 여자 정도면......」

희대의 대마법사를 끌어다놓고 꽤나 가혹한 언사였다. 이 자리에 우르 스승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1호는 떨떠름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1호는 예상치 못한 화제가 나오면 생각할 시간을 꽤 많이 필요로 하는 듯하다.

「그 여자, 마력을 사용하는 소양은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결국 인간의 범주 안이니까......나 같은 건 말야, 마력 그 자체니까 마력이 어떤 건지 너희들보다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거기까지 말하고는 또 다시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1호는 분명, 그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답해주려고 하고 있는 거겠지. 적당한 말을 늘어놓아서 거짓말을 치는 것은 서투를 지도 몰랐다.

「아마 마력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 바이론이고 그 다음이 나라고 생각하는데, 인간은 바이론처럼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시간도 나처럼 감각이 있는것도 아니니까, 무리겠네」

1호는 오른손을 내밀더니 검지 손가락만을 뻗었다. 그 손가락 바로 앞에 작은 빛구슬이 발생했다. 하얗고 강렬하게 발광하며 암흑에 익숙해진 내 눈을 태우는 듯 했다.

「그 여자가 쓴『뇌광시(雷光矢)』였던가? 이게 똑같은 거야. 마력을 압축시켜 뇌격으로 변환한 것이지. 그리고 이게 화염......」

계속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뻗으니 그 앞에는 푸르게 빛나는 빛구슬이 생겨났다. 2개의 마법을 동시에 발동. 그건 듣도 보도 못한 고도의 기술이었다.

「혹시, 3개 동시도 가능해?」

내가 물어보니 그녀는 가슴을 펴며「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오른손 약지도 펴려고 했지만, 이미 펴져 있는 2개의 손가락처럼 잘 펴지지는 않았다. 아무리해도 약지는 그 두 손가락보단 약간 몸쪽으로 기울어버렸기에, 어떻게든 멋지게 펼치려고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손가락 끝의 빛구슬들이 소멸해버렸다.

「아, 아, 아니야! 그냥 이 손가락이 잘 안펴져서 그런 것뿐이야!」

자신만만해 있다가 실패한 것이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는지, 1호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것 봐, 처음부터 손을 펼치고 있으면 되는 거였네. 보고 있으라구!」

말하는 순간, 그녀의 오른손 손가락에서 빛구슬이 피워올랐다. 그것도 5개. 엄지 손가락부터 새끼 손가락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색깔임을 보면, 아마 속성도 제각기 다르겠지.

「이것 보라구! 나한테 걸리면 이런 것쯤은 간단해!」

1호가 가볍게 헛기침하자, 5개의 빛구슬이 소멸되었다. 실은 굉장하다고 칭찬하고 싶었지만, 너무 심하게 놀란 까닭에 나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경탄하는 내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1호는 우쭐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이 미궁에 떠돌아다니는 마력은 술자의 의지에 따라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보여. 물론, 마법뿐만이 아니야. 육탄전을 거듭하던 생물은 마력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육체를 강화하기도 하지」

그러더니 갑자기, 1호가 입을 우물우물 움직였다. 패엣, 하고 혀를 내밀자 그 위에는 1장의 원반이 있었다.

「이건 나나 바이론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인데, 마력을 압축시켜서 고형화시킨 거야」

1호는 그것을 잡더니 나에게 건냈다. 그녀의 타액이 끈적끈적 달라붙어 있는 원반을, 나는 무심결에 옷으로 닦으려하고 말았다.

「뭐야? 더럽지 않다구!」

불만스럽게 말하며 1호는 입술을 삐죽였다.

「아, 그게 아니야. 더럽다고는 생각안했어. 그냥 젖어 있었으니까......」

나는 스스로가 뭘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변명을 둘러댔다. 약간 흥분해 있었다. 1호의 타액에 대해, 서가 아니라 건네준 원반에 대해서다. 이거야말로 그 소문이 자자하던 영광의 메달 아닌가? 이샤르를 쓰러뜨린 것을 증명하는 물건이었다.

「이제 됐어」

1호는 나에게서 원반을 거둬들인 후 다시 한번 그것을 삼켜버렸다.

「어쨌든 마력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익히면 편리하지만, 그 시점에서 너네들한테는 무리라는 거야」

그렇게 말한 직후, 1호의 머릿속에선 뭔가가 번뜩인듯「그래!」라고 말하며 짝 하고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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