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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10화 일과


목숨을 걸고 미궁에 들어가는 것도 10번째쯤 되니 약간 긴장이 옅어져온다.

「거대 쥐다!」

적이 나타나자 동시에 판정에 성공한 시프 파라고가 외쳤다. 3마리의 거대 쥐에, 전위 세 사람이 지체없이 무기를 거머쥐고는 단번에 적을 섬멸했다. 피해는 전혀 없는 완승이다. 최근에는 적이 3마리 이하라면 데미지를 아예 입지 않고도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검술이라는 것은 원래 대인용 기술이라고」라며 불평 불만을 늘어놓던 우리의 리더 시그에게조차 쥐나 지네, 박쥐를 효율적으로 처치하는 움직임이 몸에 배여 있었다.

파라고는 재빨리 둥지를 뒤지더니 보물상자를 끄집어 낸다. 함정에 걸려 죽기는 커녕, 파라고는 덮개를 열고 그 안에서 녹슬어 썩은 나이프 하나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도구를 사용하는 아인족 괴물들은 어째선지 입수한 무기나 방어구를 소중히 보물상자에 넣어 놓는다.

예전에 손에 넣었던 모자도, 이 나이프도, 일부러 함정을 설치해서 지킬 정도의 보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점에 가져가면 고철 취급을 받아 푼돈이나마 얻을 수 있기에 배낭에 여유가 있다면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참고로 파티로서도 필요한 물품이나 전리품 등등은 나나 스테아, 파라고 같은 후위들이 가지고 다니게 되어 있다. 전위에 서는 전사들은 항상 무기나 갑옷을 몸에 걸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물건을 가지고 다닐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만. 지금까진 파라고의 배낭조차 가득찬 적이 없었기에 획득한 물건 때문에 고민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한참 멀었다.

이러저러해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와중에 나는 두번째 마법을 익혔다. 익혔다, 라고나 할까 사실 원리 같은 건 이미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었으니만큼, 쓸 수 있게 되었다 정도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지도 몰랐다. 스테아도 동료들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민감하게 하여 공격을 피하기 쉬워지는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순조롭다. 빚에 대한 총합 변제액은 금화 1닢 정도가 되었다. 대략 2개월로 이 정도니까 지금 같은 페이스로 가면...... 이자만으로 매년 금화 45닢이 빚에 추가된다. 게다가 이자는 복리로 불어나기 때문에 3년 쯤 지나면 이젠 계산하기 귀찮아진다.

전후처리가 끝난 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작은 그림자가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인간 형상이지만, 체형으로 보면 명백히 인간이 아닌 그것은 아마 고블린이나 코볼트다. 그림자는 9개. 기묘한 소리를 지르며 손에는 검이나 방패를 쥐고 있었다. 숫자가 많아!

『잠들어라!』

나는 새로운 마법을 발동시켜 작은 괴물들 중 7마리를 그 자리에서 기절시켰다. 곧바로 전위가 3마리를 베어내 쓰러뜨렸다.

「코볼트에요!」

판별에 성공한 스테아가 외친다. 여전사 루가무는 곤봉을 휘둘러, 선 채로 의식을 잃은 코볼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옆에서 찔러 들어오는 다른 코볼트의 창격을 솜씨좋게 처리한 후, 창을 쥔 코볼트의 손목을 으깨버린다. 기세가 꺾인 코볼트를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것은 헤이모스로, 손에 든 단검으로 코볼트의 목을 깨끗하게 도려냈다.

시그 같은 경우, 대인전 운운하며 자신감을 내보인 것치고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달려드는 코볼트 2마리를 상대로 상처없이 전투를 끝냈다. 처치한 수는 루가무와 헤이모스가 넷, 시그가 하나 라는 결과였다. 하지만 그래도 누가 얼마나 쓰려뜨렸던 간에 배분은 바뀌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다. 이 한번의 전투로 내 품에는 10닢의 은화가 굴러들어오게 되었다.

「보물이라구!」

시프 파라고는 코볼트의 보금자리를 휩쓸어 놓고는 발견한 보물상자를 무난히 열어 젖혔다. 그 안에는 보면 바로 알만한 두루마기가 하나.

「스크롤이네」

루가무가 곤봉을 허리에 걸면서 말했다. 미궁에서는, 특히나 마력을 품은 두루마기를 스크롤이라고 부른다. 스크롤 그 자체는 희귀한 것이 아니다. 모험자를 상대로 하는 상점에서도 푼돈을 내면 방위 감지나 화염구 정도의 간편한 효과가 봉인되어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위력의 소모품을 자주 쓰다보면 결국 적자 모험이 되어버리기에, 모험자들은 스크롤을 입수해도 유사시를 대비해 온존해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 유사시가 닥쳐와도 스크롤은 생각지도 못하다가, 가까스로 궁지에서 벗어난 다음에야 뒤늦게 떠올리고 후회한다는 개그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편리하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그래도 효과가 말이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투덜거렸다. 마물들의 보물이란 건 대부분은 언뜻보면 가치가 있어 보이는 물건들이지만, 이상한 장난이나 질나쁜 마법이 걸려 있지는 않은지 신경쓰지 않으면 결국 자기 무덤을 파게 된다. 게다가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상점에 가져가서 감정을 의뢰해야한다.

문제는 감정 수수료가 감정품 판매가격의 절반을 요구당한다는 점이다. 즉, 미궁에서 건져온 물품을 팔고 싶어도 결국 상점이 정한 판매가격의 절반으로 후려쳐지는 바람에 거의 이익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상점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되려 감정 비용만큼 완전히 손해만 보게 된다. 그 밖에도 감정을 실시하는 도사(導師)라는 존재가 있기는 하지만 신출내기 모험자인 우리들과는 인연이 없다.

「일단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구」

파라고가 가방에 두루마기를 찔러 넣었다.

「이봐!」

내가 지면에 엉덩이를 붙이자 여전사 루가무가 내 옆에 와 앉았다. 다른 멤버도 각자 자세를 취하고 쉬고 있었다. 우리는 전투 후에 매번 이런 식으로 휴식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미궁이라고는 해도, 특정 마물들이 둥지를 튼 장소에 다른 마물들이 들어오는 일은 적다. 따라서 다른 장소를 찾는 것보다는 그대로 있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바로 옆에는 방금 죽인 마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유쾌한 기분이 들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동하기 전에 휴식을 취해 숨을 고르지 않으면 다음에 돌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었다. 후위를 담당하는 나같은 건 그렇게 심하게 지치지도 않긴 하지만, 전위인 세 사람은 중장비를 걸치고 있다.

전투가 늘어지면 그만큼 체력이 소모되기에, 상처 없이 완승하더라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루가무는 이상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서, 전투 후의 휴식시간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았다. 대신 암흑 속의 정적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인지 다른 멤버들에게 말을 건넨다.

당연히 똑같이 전위를 담당하는 시그나 헤이모스에게도 말을 걸었지만,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고르는 두 사람은 매정하게도 그녀를 쫓아내버렸기 때문에, 루가무는 휴식 때마다 후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 온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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