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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11화 수다녀
「당신은 마을 밖에서 왔지? 출신은 어디야?」
루가무에게 질문받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어디 출신인가, 그걸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노예사냥을 당해 붙잡혔을 정도로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은 변경의 산골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 이름도, 위치도 모른다.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데 그런 건 알 필요가 없었다. 마을에는 제대로 부모님과 형제가 있었지만 부유하진 않았기에, 나는 철이 들 때부터 변변찮은 식사와 중노동에 밤낮으로 시달려왔다. 잔뜩 있었던 형제들도 병이나 사고로 자주 죽어나갔고 또래 친구들이 죽는 일도 딱히 드물지 않았다.
「장소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었어」
약간 생각한 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어이없을 만큼 농사로 얻어지는 잡곡의 양은 적었고 조악한 야채 찌끄러기로 연명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빵 같은 건 1년에 한번 밖에 먹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인네 가게에서 팔다 남은 빵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데다, 고기가 들어간 스프도 마실수 있다. 헛간이기는 해도 개인 공간이 있다. 노예가 된 이후, 식사는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더 호화스러워졌고, 그 밖의 전반적인 생활수준 역시 더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흐응, 돌아가고 싶다고는 생각안해?」
「전혀, 생각 안해요」
마을 사람들은 대체로 변변찮은 식사 탓에 건강하지 못하고 야윈 편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힘이 약한 편이었기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아마 계속 마을에 있었어도 얼마안가 죽었을 것이다. 고로 향수병이랑은 인연이 없었다.
「그래? 나는 돌아가고 싶은걸」
루가무는 헤헷 하고 웃었다.
「내가 살던 마을은 말야, 완만한 언덕 근처에 있어서 말야. 마을 전체에서 양을 200마리 정도 키우고 있었어. 교대로 양치기를 하고. 그 순번이 돌아오는 걸 나는 꽤 좋아했다구. 항상 날씨도 좋고 바람도 쎘고」
그렇게 말하며 쑥쓰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얼굴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귀엽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루가무는 여자라고는 해도 전사로서의 적성은 발군이었다.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크고, 팔도 다리도 두껍다. 리더인 시그와 비교해도 체격적으로 지지 않는다. 게다가 파티가 결성된 이래, 킬수로 따져도 시그를 살짝 상회할 정도의 여장부였다.
그녀가 휘두르는 곤봉은, 딱딱하든 부드럽든 간에 차별하지 않고 대상을 때려 부순다. 설령 그녀가 맨손이라 해도 나 하나 쯤을 죽이는 데는 한방이면 충분하겠지. 다만 그녀의 소년같은 표정, 스스로 잘랐다고 짐작되는 어깨까지 오는 흑발, 두꺼운 가죽 갑옷 위에서도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뽐내는 가슴이 갑작스레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클레릭인 스테아도 미인이지만 그쪽은 굳이 말하자면 예술품으로서의 아름다움에 가까우며, 루가무 같은 경우는 온화한 짐승에게서 엿보이는 거룩함에 가깝다. 암흑의 미궁 속에서 미추(美醜)에 가치가 있는가, 라는 건 어려운 문제이지만 나는 갑작스레 그녀를 여성으로서 의식하고 말았다. 왠지 좀 부끄러워져서 그녀로부터 강제로 시선을 돌렸다.
「......마을에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면 되잖아요. 루가무는 노예가 아니니까」
나는 어떻게든 대화를 이었다. 외지에서 온 루가무는 전사 육성 기관의 수업료와 장비품 비용, 거기에 체류비용을 조합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걸 전부 다 내던져 버리고 도망치더라도, 조합은 그녀를 일부러 추적하면서까지 빚을 받아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 반해 나같은 노예는 체제 유지라는 명목이 있으므로, 도망노예를 잡아들이는 추노에는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되고 있는 듯했다. 이 수년 동안 도망친 노예들 중 3일 이상을 버틴자는 없다, 라고 교육받을 때 노예상이 말했다.
「그게, 안돼」
루가무는 갑작스레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어째서?」
「나, 마을에서 사람을 죽였으니까」
「헤에......」
나는 맞장구를 쳤지만 가까이에 있던 스테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녹초가 되어 있던 시그와 헤이모스도 흠칫 하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잔뜩」
그녀는 그대로 사건의 경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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