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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02화 뜨거운 입맞춤
1호는 소인들이 완전히 불타없어졌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불을 뿜는 것을 멈추었다.
「그것도 마법이야?」
내가 묻자, 1호는 조금 곤란해보이는 얼굴을 하더니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에에, 으음, 같은 소리를 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그래. 정의하기 나름인거야」
겨우 적당한 단어를 찾아낸 1호는 기쁜듯이 그렇게 말했다.
「광의(廣義)로는 마법에 해당하겠지만 협의(狹義)로는 마법이 아니야. 광의의 마법을, 마력을 변질시켜서 이용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면 아까 그 브레스도 마법이지. 하지만 너네 인간이 쓰는 것처럼 스스로의 심(心)에 모아놓은 마력을 끌어내서 방출하는 협의의 마법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지. 공간에 맴도는 마력을 끌어들이지 않고 변질시키고 있으니깐 말야. 참고로 말하자면 나 자신 역시 바이론에 의해 발생된 협의의 마법 그 자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
설명을 끝낸 후 만족스럽게 끄덕인다. 나는 그런 1호를 향해 너무 어렵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마력인가.
나도 단련을 거듭하면 화염을 입에서 뿜어낼 수도 있는 걸까? 만약 뿜을 수 있게 된다면 모험자 따위 관두고 길거리 연예인이 되고 싶다. 아니, 마력이 옅은 지상에서는 무리일까.
「확실히 말야, 마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신기한 흐름같은 게 어렴풋하게 느껴지긴 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1호는 노골적으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마력 농도가 높은 곳인데도 느껴지는 게 희미할 정도라니, 넌 정말로 재능이 없구나」
1호는 한숨을 쉬었다.
「참고로 말야, 여긴 지하 몇층?」
막연하게 1호의 방이 있었던 15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녀에겐 지하 1층이건 20층이건 전혀 관계가 없을 터였다.
「지하 16층」
이젠 평범한 모험자들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깊이였다.
나프로이나 우르 스승님처럼 극히 일부의 상급 모험자들이 특례적으로 내려오는 정도겠지. 아까 그 소인조차도 엄청나게 강력한 마물이었을 테지만 그런 것들을 당연한 것처럼 물리쳐 버리는 1호에게, 새삼스레 끝 모를 기량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아까 내 토사물이 묻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깨끗해져 있구나」
1호의 옷과 몸에는 오물 한점 묻어 있지 않았다.
「그림자 넘을 때 갱신했으니까. 후후후, 네가 날 더럽히고 싶다면 언제든지 더럽혀도 좋아」
아슬아슬한 농담을 입 밖에 내면서 그녀는 웃었다. 나로서는 그림자 넘을 때 발과 함께 잃어버린 신발을 아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외양이 제일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다면 다리가 잘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좀 더 말해보자면 신발 한 쪽을 잃어버릴 일이 없어지니, 맨발로 미궁을 걸어다니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신발을 한 쪽만 신는 것은 아무래도 밸런스가 좋지 못해서 나는 남은 신발을 벗어서 배낭 속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젖은 바닥에 맨발은 차가웠다. 아까 그 방에 가면 내 다리와 함께 남아있으려나?
「그건 그렇고, 아까 불을 뿜는 모습은 엄청 멋있었어」
이건 진심이었다. 입에서 불을 뿜는 그녀는 그 불빛에 비춰져 밝게 빛나서, 거룩하게까지 느껴졌다. 내가 만약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꼭 아까 그 장면을 그릴 텐데, 안타깝지만 그림에는 전혀 소질이 없어서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칭찬받아 웃는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한바퀴 빙글 돌아보였다. 그 회전에 맞춰서 그녀 주위에 희미한 빛이 생긴다.
「고마워. 봐, 마력으론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맥없는 빛이 비추어진 아름다운 그녀. 거리낄 것없이 웃고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아아, 이 손을 잡으면 나는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너무나도 환상적인 광경이어서 그런 생각조차 들었다. 하지만 그 손을 잡지 않을 수는 없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 테리오프레프의 손과 똑같았다. 1호는 나를 끌어당긴 후 그대로 껴안았다. 냄새만은 그녀와 달랐다. 그래도 가까이서 보는 그 얼굴은 아찔했다.
그녀는 내 후두부에 손을 둘렀고, 나도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얼굴이 가까워졌고 그대로 키스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혀가 아직이었지?」
순식간에 나의 매료상태가 풀렸다.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 충분해. 혀는 안해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든 회피해보려고 말을 늘어놓았지만, 아까 그 격통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머금어졌다.
「안돼. 거기다 그, 어쩌면 불을 뿜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아마 무리겠지만」
나와는 대조적으로 1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웠다.
「각오는 됐어?」
「전혀!」
내 대답 따윈 신경쓰지 않고, 그녀는 나에게 입술을 겹쳤다. 부드러운 입술을 감촉을 느낀 것도 잠시, 곧바로 뻗어온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혀와 혀가 얽혔고 까칠까칠한 감촉을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이런 미궁의 심층에서 나는 대체 뭘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순간, 격통이 시작되었다.
❇
입 안이 무딘 나이프로 철저하게 잘게 저며진다. 시술은 그런 고통으로 시작되었다. 입술 안쪽부터 혀 안쪽, 아마도 위의 입구까지. 녹인 납을 통째로 입안에 부어넣으면 이런 아픔이 될까?
그 고통에 나는 너무나도 괴로운 나머지 쓰러졌다. 아마 경련하고 있었겠지. 그런 부분은 잘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 직후, 기절하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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