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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04화 지하산책


우리 둘은 미궁 안을 걸었다. 1호는 그림자 넘기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기분상 산책을 하고 싶은 듯했다. 우리는 두서없는 이야기를 계속했는데 1호는 그 중에서도 미궁 밖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나는 미궁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 말야」

내가 나고 자랐던 빈궁한 마을이나 인색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듯이 듣고 있었다. 그녀는 미궁 안이나 마력에 대해서는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외의 지식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그 이야기가 신선하게 들리는 거겠지.

「그래도 그 빚은 이상하지 않아? 그 돈을 네가 빌린 것도 아니잖아?」

내가 노예로 전락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의외로 분개했다. 노예제는 분명 불합리함의 덩어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데서 감정을 날뛰게 해봐야 되는 일은 없었다.

「그니깐, 네가 단호한 의사를 갖고 채무 변제를 거부하면 된다고」

「그런 짓을 하면 반역죄로 사형이야」

현실을 보지않는 이상론을 내세우며, 1호는 흥분해 있었다. 그런 1호의 주위에 마력이 빨려들어간다. 1호는 펼친 손바닥 위에 마력 덩어리를 띄우더니, 눈부신 빛의 띠를 전방을 향해 펼쳤다.

「지금, 마력의 움직임이 보였어」

「헤에 좋은걸? 그런 느낌으로 마력의 움직임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 둬」

1호는 마법을 쓰면서 나를 칭찬해 주었다. 전방으로 펼쳐진 빛은, 그야말로 흉악스러워 보이는 해골 모습의 악령을 불태워 소멸시켰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산책 도중에 만나게 되는 마물들을 태연하게 날려버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강력한 마법사는, 마법 사용횟수에 제한이 없으니까 미궁에서도 단독으로 다닐 수 있다는 증거였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동시에 육탄전도 충분히 가능했다. 아까도 거대한 소같은 괴물을 정면에서 맨손으로 분쇄해냈다. 정말이지 무적의 괴물이다.

「이야기를 되돌리겠는데 말야, 너는 한번도 받은 적 없는 돈을 갚아야만 하는 거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1호는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된다는 듯이 입술을 비쭉거렸다.

「이상하지만 그걸 지키는 한, 나는 어느 정도 비호를 받을 수 있어」

인간은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나처럼 허약한 개체는 특히나 그런 경향이 현저했다. 노예로서 도시에서 살아갈 수는 있지만, 고고하게 산이나 들에서 혼자 살아가라고하면 며칠 못가서 죽고 만다. 그 양쪽을 천칭 위에 올리면 역시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악명 높은 노예감리국조차 성실하게 일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노예의 권리를 지키는 활동도 전개해주고 있었다. 도시 최하층의 빈민에 가까운 생활수준조차도 홀로 고독하게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그런 거만한 것들, 내가 전부다 박살내 버릴까?」

1호는 위압적인 태도로 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거미를 향해 불길을 쏘아냈다. 거미들은 순식간에 불타올랐고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

「그러지 마. 도시에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게다가 1호 역시 미궁 밖으론 못나오잖아」

내 말에 1호는 불쾌한 듯한 표정을 띄웠다.

「소중한 사람이라니, 누구?」

1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어라, 내 착각이었나? 넌 테리오프레프를 좋아했던 거 아니었니?」

저기 음, 나는 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아니, 모험자 동료들이나 여동생이 도시에 있어. 그리고 노예인 나한테도 잘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차갑게 대하는 사람 수가 100배는 더 많지만 그 점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1호는「흐응」이라며 팔짱을 꼈다.

「물론, 테리오프레프는 내 마음 속에서도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말에 그녀는 기뻤는지 얼굴 표정을 흐트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테리오프레프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 육체가 그녀와 비슷한 모습이어서였을까, 아니면 그녀의 최후가 난생 처음 듣게 된 이야기라서일까.

순간, 1호의 상반신이 산산조각났다. 완전한 불의의 기습에 의한 전투 돌입. 대전 상대는 철퇴를 휘두르는 대머리의 거인, 나프로이였다. 그의 눈에 나는 비춰져 있지 않았다. 오직 1호만을 바라보며 철퇴를 한 호흡에 5번씩이나 휘둘렀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1호는 한순간에 날아갔다.

『불타 올라라!』

우르 스승님이 외친 마법은 강력한 화염을 불러일으켰고 남은 파편을 전부 불태워버렸다.

「아니, 너는......」

내 목에는 세검의 검끝이 들이밀어져 있었다. 브란트의 시선이 위 아래로 움직이며 나를 확인했다.

「언데드화는 되어있지 않군. 하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가 있으니.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는 움직이지 말게나」

그 말은 아직 전투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1호는 산산조각이 난 상태에서 불태워져 버렸다. 제아무리 강력한 마물이라고 해도 저항할 틈도 없이 소멸한 것이다. 아니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나 역시 그녀의 생존을 확신하고 있었다. 저 1호가, 이 정도로 죽을 리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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